카카오가 신규 인력 채용을 줄이는 가운데 계열사도 핵심 사업 위주로 통폐합을 단행한다. 그간 공격적으로 인력과 계열사를 확대하던 카카오가 본격적으로 ‘몸집 줄이기’ 작업을 시작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 신입 개발자 채용 여부를 확정하지 못했다. 상반기에도 신입 개발자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 카카오는 2021년에서 지난해까지 매년 신입 개발자를 공개 채용했다. 카카오가 올해 하반기 개발자 공개 채용을 하지 않는다면, 4년 만에 신입 개발자 공개 채용을 진행하지 않게 된다.
카카오는 최근 보수적인 채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브레인을 본사에 양수 합병하는 등 큰 규모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이 영향으로 개발자 신입 공채를 시행하지 않았다.
카카오 관계자는 “올해 조직 개편과 카카오브레인 통합을 진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올해 하반기 채용은 상황을 보고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최근 계열사를 포함해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지난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올해는 신규 인력 채용을 자제하면서 인건비를 통제하고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계열사를 포함한 카카오 직원 수는 1만7191명으로 전년 동기 1만7900명 대비 709명 줄었다. 카카오 본사의 경우 4035명으로 전년 동기 3917명 대비 11명 늘었지만, 이는 카카오브레인의 인력 대부분을 본사로 배치한 영향이다.
카카오는 계열사도 지속 줄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2023년 5월 147개사에서 이달 123개사로 줄었다. 오는 10월에는 카카오브레인을 디케이테크인에 흡수합병한 후 ‘스핀아웃’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카카오 VX 매각설 또한 계속 거론되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올해 하반기 인공지능(AI), 카카오톡과 연관되지 않은 사업은 비핵심 사업으로 분류하고 통폐합할 계획이다.
전문가는 정부의 규제와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카카오가 기존 성장 방식을 바꾼 것이라고 진단했다. 카카오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경쟁력 있는 회사를 인수해 혁신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최근 김범수 위원장 구속 등 사법 리스크와 플랫폼에 대한 정부 규제 영향으로 이 같은 성장 방식을 바꿀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 자체가 창업해서 성장한 회사이며, 카카오는 혁신적인 도전도 스타트업과 함께 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실험적인 도전을 하기 어렵고 전반적으로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어 “세계적으로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자국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런 정책의 결과는 결국 소상공인들한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